데이터로 말하는 ‘이래도 안 된다고?’
슈퍼 괴짜 경제학
(스티븐 더브너, 스티븐 레빗 지음 |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지금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가 위기에 처해 있다. 선수는 물론 스승까지 야쿠자가 관련된 조직에서 도박에 빠져 그렇게 됐다. 그 전에도 스모는 연습을 빙자한 린치에 의한 사망, 마약 등 이미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스모 시합이 있을 때마다 전 경기를 생중계하던 NHK가 57년 만에 중계를 중지한다고 발표(7월 6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파장은 그만큼 대단했다. 이 일로 15명의 스모 선수들에게 출전 중지 명령이 내려졌고, 스모 도장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오야가다’ 12 명은 근신 처분을 받기도 했다.
스모 선수들의 기강이 이렇듯 해이해진 데에는 스모 경기 자체의 모순 때문인지도 모른다. 통상 스모는 대회가 시작되면 한 선수가 하루에 한 경기씩 15일 동안 계속해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 그래서 8승 이상의 전적으로 대회를 마치면 순위가 상승하고, 7승 이하의 전적으로 패하면 순위가 내려가게 된다. 그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은 당연 성적에 따라 받게 된다. 그렇다면 만약 전적 7승 7패의 선수가 8승 6패를 기록하고 있는 상대방을 만난다면, 마지막 시합에 임하는 선수의 성적은 주로 어떨까?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가 함께 지은 《괴짜 경제학》에 서는 이 점을 궁금하게 생각했다. 만약 ‘어떤 보상(인센티브)’ 이 주어진다면 현재 스코어 8승 6패의 선수가 7승 7패를 기록 중인 상대 선수에게 고의적으로 져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저자 두 사람은 직접 자료를 통해 확인까지 했다. 역시 그들이 추측했던 대로 8승 6패 전적의 선수들이 7승 7패의 선수들에게 거의 패했다. 아니, 져주고 있었다.
《괴짜 경제학》은 상식과 통념을 깨고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다양한 인센티브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 책이다. 치밀한 통찰력과 과학적이고도 설득력 강한 논증을 펼쳐 보임으로써 《괴짜 경제학》은 ‘새로운 경제학’이란 찬사까지 받으며 400만 부가 넘게 판매됐는가 하면 35개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괴짜 경제학》보다 더 깊이 인간 행동 파헤쳐
《슈퍼 괴짜 경제학》은 바로 이 《괴짜 경제학》의 속편으로, 경제학적 시각과 논리적 실험으로 인간의 행동을 전편보다 더욱 깊숙이 파헤친 책이다.
“우리는 개별적인 일화나 눈에 띄는 예외, 사적인 견해, 감정 분출, 도덕적 성향 같은 것들보다는 최대한 축적된 데이터에 의존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려 애썼다. 혹자는 통계란 옹호할 수 없는 대의를 옹호하기 위해서, 또는 주관적으로 지지하는 거짓말을 전달하기 위해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학적 접근법은 그 반대를 목표로 한다. 즉 반감이나 호감을 개입시키지 않고 특정 주제를 다루 면서 숫자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쪽도 편들지 않는다.” (본문 36쪽) 저자 두 사람은 모든 조사의 기초는 ‘데이터’라고 보았다.
인간의 판단을 배제한 데이터는 우선 복잡다난한 세상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단순 접근조차 때로는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다. 물론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사고의 전환과 다양한 시각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저자 두 사람은 바로 그런 점에 주목하며 책을 통해 탁월한 식견과 독특한 시각, 그리고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줬다.
《슈퍼 괴짜 경제학》은 기존의 주류 경제학이 아예 생각조차 않았던 사안이나 학자들 사이에서 ‘경제학적으로 답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내린 것들에 대해 통상의 경제학과는 거리가 먼 통계 자료를 들이대며 ‘이래도 안 돼?’라며 뒤통수(?)를 친다.
‘괴짜 경제학’이란 말은 엄밀히 살펴보면 ‘경제학’이라기보다 ‘경제학적 접근 방식’을 보여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경 제학적 접근 방식’이란 ‘딱히 경제학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통해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방식과 마음을 바꾸는 방식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는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 교수의 말과도 일치한다.
쉽게 예를 든다면 우리는 통상 온실 가스 효과를 가중시키는 주범으로 승용차와 트럭, 항공기 같은 석탄 연료를 사용하는 교통 수단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두 사람은 소나 양과 같은 ‘반추 동물’을 먹지 않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반추 동물들이 호흡하고, 발효 시키며, 트림하고, 분뇨를 배설하는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메탄가스가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더 강력’한 온실 가스 효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경제 교양서
한편 이들 저자가 만난 천재 발명가 네이선 미어볼드와 그의 엘리트 집단 ‘인텔렉추얼벤처스’에 따르면 전 미국 부통령엘 고어의 유명한 기후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기술적으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크게 겁을 줬다면서 사실 지구 온난화의 주범, 즉 온실 가스의 주범은 이산화 탄소가 아닌 수증기라고 말한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미래의 투자처 역시 다시 한 번 고려 해봐야 할지도 모른다. 미래의 새로운 시장이라고 불리는 ‘이 산화탄소 배출권’ 등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구 온난화에 큰 도움이 못 되고,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소비하게 되는 에너지는 장기적으로 ‘온난화 부채’ 역할을해 오히려 온난화 해결의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슈퍼 괴짜 경제학》에서는 매춘부 두 사람의 경험담을 통해 시카고의 매춘부들이 백인 손님보다 흑인 손님 에게 화대를 적게 받는 이유와 수백 명의 산모와 태아를 죽음 으로부터 건진 최고의 의료 기술은 ‘의사가 염소로 손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가지면서부터였다’는 사실이며, 인도의 여성 들이 가정 내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방법이 TV였다는 사실 등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밝혀준다. ‘잘된 경제서는 소설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게 필자의 평소 지론인데, 이제는 열 마디 말 대신 이 책을 안겨줄 작정이다. 경제 교양서가 어디까지 재미있고 유익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이 잘 말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김은섭
건국대 부동산학과를 졸업한 뒤 유명 프랜차이즈 관련 기업에서 일하다 현재는 부동산과 주식, 금융 분야에서 전업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지방 행정연수원과 교보문고, 아이파트너즈 등 각종 기업에서 ‘경제경영서 독서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경향신문에 ‘책으로 읽는 경제’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고 있으며 파워블로거(blog.daum.net/tobfreeman)로 활동 중이기도. 저서로는《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