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혁신 하지 않으면 생존 할 수 없다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필립 코틀러, 밀턴 코틀러 지음 | 고영태 옮김 | 청림출판 펴냄)
지금으로부터 2억 5,000만 년 전지구에 큰 변화가 생겼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 것인지, 아니면 거대한 화산이 폭발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산소 농도가 크게 떨어졌다. 30퍼센트를 웃돌던 공기 중 산소 농도가 10퍼센트 미만으로 하락한 것이다. 고생물학자들은 이 시기에 지구 생명체의 95퍼센트 가까이 멸절했다고 주장 한다. 빙하기 때는 적도 근처로 이동 하면서 많은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었 지만 이때는 지구 전역에서 산소 농도가 하락했기 때문에 대처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런 극심한 저산소 환경에서 생명체들은 두 가지 방향으로 생존을 모색했다. 하나는 산소의 소비를 줄이는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호흡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 다. 둘 다 생존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 이지만 세월이 흘러 다시 산소의 농도가 원래대로 회복되었을 때 폭발적인 진화를 거듭한 생명체는 호흡의 효율성을 높였던 쪽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촉발한 트렌드
산소를 돈이라고 가정하면 지금이 저산소 시대다. 미국 월가에서 촉발된 경제 위기가 장기간 지구 전역의 산소 농도를 극심하게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이 위기를 이겨내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으며, 소수의 기업만이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고 몸을 움츠려서 살아남을 수도 있고 기업의 체질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서 생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 역시 경제 위기일수록 기업의 핵심 가치를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글로벌 경제 위기가 촉발한 트렌드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세계적 부의 재분배 :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으로 부가 빠르게 이전되면서 루이 뷔통, BMW, 에르메스, 구찌, 롤렉스등 초고가의 사치품을 판매하는 기업 들도 먹이를 쫓는 하이에나처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둘째, 글로컬라이제이션 : 글로벌 기업 들의 세계화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현지 정부까지 움직이던 시대가 끝나고 현지 환경에 유연하게 밀착하고 있다.
셋째, 지속적 도시화와 사회 기반시설 확충 : 중국이나 인도 등의 국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도시화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도로, 전기, 에너지, 건물, 상하수도, 위생시설 등 사회 기반 시설의 건설에 자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함께 경쟁하고 있다.
넷째, 과학기술 발달로 기회 증가 : 빈곤, 물 부족, 대기오염, 수질오염, 이상기온 등 지구촌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의 정부와 기업이 첨단 기술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기술이 원래 의도했던 용도와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다섯째, 녹색 경제의 가속화 : 지구를 식히기 위한 노력이 민관을 막론하고 전개된다. 친환경이 기업의 마케팅 용도로 전락한 면이 있지만 여전히 친환경 개념은 효과적인 전쟁 무기다.
여섯째, 급변하는 사회적 가치 : 스마트 폰과 SNS로 인해서 사람들이 관계하는 방식이 근원적으로 변화했다. 사람들은 계급과 나이를 떠나 욕망과 기호에 따라 뭉치고 있다. 이른바 마이크로 집단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구매력을 가진 틈새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일곱째, 민간과 공공 부문의 협력 :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 역할이 중요하 다. 특히 일부 계층에 부가 집중된 나라는 공공 부문의 확대를 통해 저소 득층의 소득을 보전해야 한다.
여덟째, 소비자 역량 강화와 정보 혁명 :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 격차는 거의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소비 자와 창의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유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홉째, 경쟁과 혁신 : 다른 것을 파괴 하지 않고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와 공존 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침체기에 살아남는 마케팅 전략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위기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는 마케 팅에 초점을 맞춘다. 기업 대부분이 위기라고 판단하면 비용을 줄이기 때문에 마케팅 활동이 위축된다. 하지만 경기 침체기임에도 고성장한 기업의 경우 마케팅에 대한 자원 투입을 늘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광고나 홍보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아니라 생애가치(lifetime value)가 높은 고객에게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수익성이 높은 고객에게 특별한 혜택과 가치를 부여함 으로써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고객 통찰이다. 비슷한 취향이나 요구를 가진 고객을 세밀하게 나눠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혁신하지 않는 위협이 혁신하는 위협보다 크다’는 소니기술연구소 마사히로 후지타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위기의 시기일수록 혁신이 답이다. 혁신이 생존을 보장하지 않지만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혁신은 예측이 동반된다. GE의 대형 가전 그룹은 넬슨 푸트(Nelson Foote)라는 사회 학자를 고용하여 미래의 주방을 예측했다. 주방이 차지하는 공간이 늘어날지 줄어들지, 냉장고의 크기는 어느 정도까지 커질지, 외식하는 비율이 높아질지 낮아질지, 냉동식품은 늘어날지 줄어들지 등에 대해서 말이 다. GE는 이런 예측에 기반을 두고 기존 제품과 상당히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할 것이다. 물론 예측은 빗나갈 수도 있고 혁신이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혁신의 DNA는 살아남을 것이다.
이규영
경제실용서 출판평론가. 서울대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후 LG경제연구원에 입사해 마케팅 전략 컨설팅을 수행했다. 오랜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밝혀낸 뇌를 혁신하는 방법을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Brain Innovation Group을 설립해 운영 중이 다. 저서로는 《네 탓이 아니라 뇌 탓이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