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로봇을 꿈꾸다
나는 멋진 로봇 친구가 좋다
(이인식 지음 | 고즈윈 펴냄)
예전에 인터넷에서 키스하는 로봇의 동영상을 봤다. 남녀 로봇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면서 키스하는 동작을 하는 데, 어색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이런 것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과학기술이 놀랍다고 생각했다. 점점 인간의 상상력을 실현 하고 있는 새로운 로봇이 개발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우리는 쉽게 로봇을 만날 수 있다. 집안 청소를 도와주는 로봇부터 거대한 기계를 조립하는 로봇, 나아가 우주 공간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로봇까지.
인간의 표정을 따라하는 로봇이 있는가 하면 인간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도 있다. 심지어 애완견 대신에 기를 수 있는 로봇도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로봇이 영화의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어느덧 로봇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이런 로봇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학생에게 《나는 멋진 로봇 친구가 좋다》를 추천한다. 이 책을 쓴 이인식 선생님은 우리 나라 과학 저술가 1호라고 일컬어질 만큼 새로운 과학기술을 누구보다도 빨리 대중 에게 소개하는 분이다. 이 책에서도 로봇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살펴볼수 있다. 각 장의 내용을 짧고 간결하게 써서 학생들이 읽기 쉽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그리고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 하고 깔끔하게 편집한 책이라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여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라 학생들에게 과학 분야 책을 권하기가 쉽지 않다. 과학 분야라면 학생들이 일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가 잦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과학책을 자주 권해준다. 편식이 몸에 좋지 않은 것처럼 독서 편식도 폭넓은 사고를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학문 간의 경계를 넘어서 고, 융합 학문을 강조하는 요즘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좋은 과학책이 많다. 그런데 그런 책을 학생들에게 무작정 추천 하기는 어렵다. 학생의 상황과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책을 추천하면 학생들이 책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나는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부터 시작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 중에 하나다. 일단 책을 펼쳐서 학생들 에게 보여주면 학생들은 특별히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과 함께 이 책으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토론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 책을 꽤 좋게 평가했다.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재미’와 ‘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이라 하겠다. 이런 책이 과학 분야 책을 읽기 시작한 학생에게 좋은 입문서 역할을 할 것이다. 여전히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하다는 뉴스를 만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교육계에서도 몇 년 전부터 과학 중점 학교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과학 과목 중심의 교육 과정을 편성하여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학교 제도를 개선해서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에 앞서 학생들이 스스로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는 한 강연에서 “사회가 동경심과 로망을 주는 것이 제대로 된 연구자를 양성하는 하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학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가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 청소년에게 좋은 과학책을 소개하는 일도 과학에 대한 동경과 로망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조영수
서울 창문여중 국어 교사. 10년 전 처음 인연을 맺은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책따세)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심사위원(2010), 서울시교육연수원의 중등 독서토론 직무연수 강사(2007~2009) 등 책과 관련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마음껏 좋은 꿈을꿀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