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소유냐 존재냐
두 남자의 집 짓기
(이현욱, 구본준 지음 | 마티 펴냄)
자연을 닮은 집짓기
(조지프 F. 케네디 외 지음 | 장수인 옮김 | 따님 펴냄)
빗물과 당신
(강창래, 한무영 지음 | 알마 펴냄)
집을 가진 자들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기를 원한다. 이전처럼 꾸준히 올라 자신의 재산 가치가 증식되기를 바란다. 그런 욕망은 지난 총선이나 대선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3년여가 지난 지금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은 커다란 혼돈에 빠졌다.
집은 기대처럼 오르지 않았다. 정부는 눈에 뻔히 보이는 부동산 안정 대책을 쓰고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는 스스로의 기대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아파트에서 벗어나기 ‘프로젝트’
그리고 집값이 올라갈 수 있는 사회적 구조는 갈수록 사라 지고 있다. 기존의 주택 붐을 불러 일으킨 베이비붐세대들은 이제 퇴직 후 있는 집을 팔아서 살아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들은 보통 자녀 두셋을 두었는데, 아이들은 은근히 결혼을 하면 집을 사주기 바라지만 쉽지 않은 상태다. 부모세대처럼 아이들도 스스로 벌어서 집을 사기를 바라지만 88세대로 불리는 아이들에게 그런 날을 기대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물론 자식의 결혼이나 손자를 바라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가치 속에서 생각하는 집은 흔히 우리 세대가 말하는 아파트다. 서울을 포함해 경기, 인천을 합치면 인구의 절반이 넘는 2,700만 명이 수도권에서 살아가고 있다. 부산, 경남권 도시 등도 아파트가 대세다. 그들 대부분이 생각하는 집의 구조는 아파트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터다.
그럼 아파트는 과연 만능 주택일까.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행복한 집의 모습일까. 그런데 아파트를 선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립주택 등 다른 주택에 비해 아파트의 가치가 지난 수십 년 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것에 대한 선호가 강한 강할 것이다. 물론 협소한 이 땅의 면적 등도 아파트라는 주택 형태를 선호하게 했겠지만, 그 기저에는 재산 가치로서의 집이라는 수단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에 따라 아파트의 가치도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이제 수도권에서는 4~5억 원에 호가하는 아파트가 보편적인 수준이 됐다. 그런데 최근 기존의 아파트와 다른 집에 대한 책들이 나와 관심을 끈다.
대표적인 책으로 이현욱, 구본준 공저의 《두 남자의 집짓 기》를 소개한다. 아파트생활 10년차인 건축 전문기자와 17년 경력 실험주의 건축가인 두 사람이 48평 형의 땅에 3억 원으로 땅값부터 인테리어까지 마치는 여정을 쓴 책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한 달 만에 끝난 이 작업은 실화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단독주택은 춥다’는 선입견을 이겨내고, 전체 공정을 지시해주는 건축가와의 만남, 땅 고르기, 작업 등의 전반을 설명해 준다.
자연의 일부가 되는 집을 짓다
하지만 아무리 부러워한들 실천이 없다면 집은 이전처럼 재산의 가치로 생각하는 이상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개념들을 깨워주는 책들이 있다. 《자연을 닮은 집짓기》 도 그런 책 중 하나다.
생태건축 전문가들인 조지프 케네디 등이 저술하고, 뉴질 랜드에서 집짓기 공부를 하는 장수인 씨가 옮긴 이 책은 말그대로 자연의 일부인 집을 만드는 과정을 풀이한다. 사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 지구에게 있어서 가장 해독적인 존재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쉽사리 풀리지 않을 후쿠시마 원전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은 이제 지구를 혼란으로 몰고 가는 존재들이다.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의 에너지에 대한 탐욕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파괴하고, 기이한 결과물들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문제를 일찍부터 깨달은 생태건축가들은 가장 자연에 가까운 집을 짓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철학에 서부터 원재료까지 생태건축의 기본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집의 근간인 에너지나 물의 사용에 대한 기본 이해도 더 나은 집짓기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가장 확실한 미래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활용한 집짓기의 기술도 중요 한데, 위 책에서는 간단하게나마 태양광 활용의 가치를 말해 준다. 안타까운 것은 더 전문화된 태양광 주택 기술에 관한 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집의 존재감을 생각해보다
빗물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책도 있다. 한무영, 강창래 공저의 《빗물과 당신》은 그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저자 강무영은 흔히 산성비 등으로 폄하되는 빗물을 되살려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재미를 붙인 이다. 이 책은 수돗물이나 지하수를 가장 훌륭한 수자원으로 생각하는 이들의 편견을 깨고 실제로 빗물을 활용해 자연친화적인 물 문화를 만드는데 중요한 근거를 준다. 최근 후쿠시마 사태로 인한 방사능비 같은 악재가 있지만 궁극적인 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 책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 역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고향에 자연친화적인 집을 짓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도시가 고향인 아내와의 의견 조율, 아이의 교육 등을 풀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의 시선 속에 삶을 살아왔던 측면이 강하다. 그런 생각 속에 집도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왔고, 제대로 된 존재감이 없었다.
위의 책들은 집을 제대로 인식하게 하는 안내서들이 되어줄 것이다.
조창완
<미디어오늘>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부터 10년 동안 중국에서 체류했으며, 《베이징을 알면 중국어가 보인다》 《죽기 전에 꼭가봐야 할 중국 여행지 50》 등 10여 권의 중국 관련서를 펴냈다. 현재 중국전문여행사 알자여행(www.aljatour.com) 운영하면서, 한신대에서 여행·콘텐츠를 가르치고, 한중경제신문 경제부장,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담당관 등으로 일하고 있다. blog.naver.com/choga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