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께서는 환자 기록 카드 내에 자신이 수술한 부분만 보십니까?”
“뭐?”
“진료 카드 꼼꼼히 읽으시냐고 물었습니다.”
냉기가 철철 흐르며 딱 부러지는 말투를 쓰는 그레가 어색해 강욱은 자신도 모르게 뭐? 라는 대답이 입에서 튀어 나왔다.
“이 환자 귀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환자 카드에 그렇게 쓰여 있을 겁니다.”
강욱이 몰랐다는 눈으로 고개를 크게 떠서 쳐다보았다.
“……몰랐어.”
“의사로써 환자의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주셔야죠. 수술만 하면 끝이 아닙니다. 이번 주부터 제 수업은 안 들어오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선생님의 경솔한 행동이 아이들에게 전염이 될까 무섭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가슴’이 없는 외과의사 강욱의 심장을 치료해줄 그녀가 나타났다?!
수술하는 기계, ‘하강욱’과 이름만큼 웃는 얼굴이 매력적인 ‘방그레’.
미소 짓게 만드는 두 남녀의 사랑스러운 로맨스!
미소대학병원의 실력 있는 외과의 ‘하강욱’.
그러나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그의 심장은 철갑을 두른 듯 딱딱하다.
환자를 대하는 모습조차 싸늘한 냉기를 뿜어대는 그의 별명은 ‘수술하는 기계’ 그런 강욱의 마음에 따뜻한 햇살 같은 한 여자가 스며들었다.
병원 앞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그레에게 반한 강욱은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복지재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그녀를 향한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러나 그녀는 의외의 말로 강욱을 당황하게 만든다.
카페사장으로 향기로운 커피를 만들고,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그레는 어렸을 적 사고로 청각을 잃고 구화법으로 대화를 하는 청각장애인이다.
자신에게 열렬히 호감을 표시하는 강욱에게 그녀 또한 강한 끌림을 갖지만, 의사로써 인간미를 찾을 수 없는 그를 보며 크나큰 실망감을 느낀다.
그런 그레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강욱은 점점 심장에 두른 철갑을 벗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진짜 의사 ‘하강욱’이 되어 가는데.
그레의 두 귀가 되어주는 강욱과 강욱의 따스한 심장이 되어주는 그레. 하지만 두 사람이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은 그들의 예상보다 더 높고 단단해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