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주커버그가 꿈꾸는
쿨한 미래는 올 것인가?
페이스북 이펙트
(데이비드 커크패트릭 지음 | 임정민, 임정진 옮김 | 에이콘출판 펴냄)
수년 전 2011년 1월 16일에 열린 68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작품 상과 감독상, 그리고 각본상을 휩쓸었고, 세계적인 영화제마다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화제의 영화가 있다. 바로 <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다. 이 영화는 현재 전 세계 6억 명이 넘게 사용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facebook)’에 얽힌 하버드 천재들의 실화를 그린 작품 이다. 실존하는 세계적인 온라인기업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주커버그’를 모델로 페이스북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와 이에 얽힌 하버드생들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성공에 관한 이야 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린 이 영화는 벤 메즈리치의 실화 소설 《Accidental Billionaires(졸부 억만장자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뭐냐?’에서 ‘당장 해야 한다’로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마크 주커버그를 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로 만든 혁신적 아이디어와 그에 얽힌 인간관계 그리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하버드 천재들이 모여 아이디어의 소유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진실들을 조명해 스토리를 전개했다면, 이 책 《페이스북 이펙트》는 페이스북이 가입자 6억 명을 넘을 만큼 널리 퍼지게 된 원인은 무엇인 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를 고민한 책이다.
2004년 12월 스물 두 살의 청년이 하버드 기숙사에서 장난삼아 만들어낸 페이스북은 비공식적으로 가입자 6억 명을 돌파했고,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2010년 <타임 즈>에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미디어에서는 벌써 ‘페이 스북이 이제 유행을 넘어, 수도, 전기와 같은 필수불가결의 온라인 공공재가 되어간다’고 평할 만큼 영향력이 점점 확산 되고 있다. 기업 역시 ‘마케팅의 기본은 소셜이고, 소셜의 기본은 페이스북’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화제의 기업 ‘페이스북을 알고 싶어서’였다. 이미 국내에서도 대세가 된 페이스북을 자의든 타의든 활용해야 한다면 ‘페이스북이 무엇이 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찾아낸 답은 ‘당장 페이스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멋지고 쿨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청년
그 이유는 이 책을 통해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페이스북의 엄청난 규모나 파급 효과가 아닌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때문이었다. 그는 회사를 키워 거액을 받고 사라지는 ‘실리콘 밸리식 사업가’가 아닌 ‘멋지고 쿨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청년’이 었다. 이런 생각의 청년이라면 그가 만들어갈 세상을 함께 지켜보고 싶었다.
또 다른 매력은 페이스북의 파급 효과는 비단 네트워크뿐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페이스북 이펙트’는 사람들 사이의 경험과 관심, 문제, 이슈 등이 페이스북을 통해 연결되어 새로운 인간관계와 사회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인 ‘페이팔(PayPal)’의 공동창업자이자 엔젤 투자자인 피터 티엘은 페이스북의 잠재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1세기 초반 가장 중요한 투자 테마는 세계화의 방향이다. 세계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미래도 없다. 갈등과 분쟁, 전쟁이 증가할 것이고, 현재 기술 수준이라면 전 세계를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 세계화가 실패한다면 투자도 없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세계화를 이끌어내는 최선의 투자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내가 아는 한 ‘페이스북’은 바람직한 세계화의 가장 순수한 모습이다.”(본문 26쪽)
“사람들이 세계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마크 주커버그를 만났던 모든 사람들의 증언은 너무나 젊은 그의 외모와 늘 한결같은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나 슬리퍼 차림, 그리고 듣는 둥 마는 둥 농담하듯 내뱉는 그의 말투를 들어 ‘괴짜 경영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의 CEO의 역량은 외형이 아닌 생각에 들어 있었다. 그의 목적은 회사의 폭발적인 성장이나 돈방석이 아닌 쿨(Cool)함, 즉 이제껏 없었던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의 회사의 비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세계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사람들이 우리 사이트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게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그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본문 27쪽)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 마크 주커버그의 생각, 다시 말해 기업 이념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페이스북이라는 회사 자체를 경영하고자 하는 대상이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좋은 수단일 뿐’이라는 주커버그의 생각에 매료되어 있었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은 2007년 후반 마이크로소 프트 CEO 스티브 발머가 페이스북을 150억 달러에 사들이 겠다는 제안을 거절한 사례다(만약 매각했다면 23세의 주커 버그는 4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마크 주커버그는 ‘실리콘 밸리식 머니게임’을 혐오했다. 그래서 벤처투자사의 돈을 받고, 상장을 하거나 빨리 회사를 팔아버리거나, 성장 속도를 가속시키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데려다 앉히는 일련의 관행을 거부했다.
선한 기업정신이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그에게 페이스북이라는 소셜 서비스는 다음 목표로 가는 전술적 도구가 아니라 ‘소셜 서비스’ 그 자체였다. 그는 스탠 포드대학교에서 했던 연설에서 ‘페이스북을 자산화하거나 사이트를 통해 이익을 거두는 가장 최선의 출구 전략은 무엇인 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는 이 사이트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생각하는 데에만 시간을 보내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이들이 하는 일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고 생각하며, 제가 하는 일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사업자답게 쿨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에 닥친 크고 작은 위기를 용케 넘기거나, 주위의 도움으로 오히려 기회로 삼은 과정은 소설처럼 드라마틱하다. 과연 초심자의 행운으로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프로 같지 않은 그의 순수함, 즉 사용자를 보호하고 나아가 점점 더 많은 정보로 둘러싸이는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갈 수있도록 해주겠다는 선한 기업정신이 지금까지의 놀라운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김은섭
리치보이(Richboy)로 더 잘 알려져 있는 Daum 파워블로거(blog.daum.net/tobfreeman). 건국대 부동산학과를 졸업한 뒤 유명 프랜차이즈 관련 기업에서 일하다 현재는 부동산, 주식, 금융 분야 전업 투자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교보문고)가 있다. 지방행정연수원과 해운대 도서관, 한국 체대, 교보문고, 아이파트너즈, 한경BP 등 각종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경제경영서 독서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으며, 경향신문에 ‘책으로 읽는 경제’ 칼럼, IGM세계경 영연구원 등의 여러 매체에 북리뷰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