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문성도
일본의 독창성도 없다면
조조: CEO를 위한 용인술의 대왕
(장야신 지음 | 박한나 옮김 | 휘닉스 펴냄)
삼국지가 경영전략에 답하다
(에구치 요코, 요시다 카츠미 지음 | 양영철 옮김 | 지식공간 펴냄)
<삼국지(삼국지연의)> <수호지> <서유기> <홍루몽>을 중국의 4대 소설 또는 4대 기서라고 한다. 흔히들 여기에 <금병매>를 넣기도 한다. 그 중 <삼국지>는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고전이다. 극의 스케일은 물론이고 그 안에 담고 있는 다양한 인물군상, 지역의 광범위함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는 수많은 <삼국지> 관련 동호회가 있고, 이미 수백 권의 <삼국지> 관련서가 출간됐다.
그 범위도 다양해서 <삼국지> 관련 답사기, <삼국지>를 활용한 수신서나 경영서 등도 광범위하게 출간됐다.
반가움을 더해준 두 권의 <삼국지> 관련 저서
그럼 한국은 어떨까. <삼국지> 판본의 경우 현재 시장에서 가장 넓게 퍼진 이문열, 황석영, 장정일 등의 판본이 있고, 고우영의 독특한 만화판 《삼국지》가 있다. 하지만 한국판 <삼국 지>의 활용서는 일천하다. 우선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낸 최우석 부회장이 지은 을유문화사의 《삼국지 경영학》이 생각 난다. <삼국지>의 현장을 돌아보고 유비, 조조, 손권의 특장 에서 경영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부분을 추려낸 책이다. 이책은 15만부 가량 팔리면서 인문서로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다. 그밖에 <삼국지>를 풀어쓴 책으로는 신동준이 쓰고 청림출판사가 펴낸 《CEO의 삼국지》와 김상엽이 쓰고 루비박스에서 펴낸 《삼국지를 보다》 등이 있다. 또 <삼국 지> 인물을 정리한 책으로 나채훈이 쓰고 바움출판사가 펴낸 《삼국지의 책사들》, 진기환이 쓰고 랭귀지북스에서 펴낸 《삼 국지 인물평론》이나, 허우범이 쓰고 책문출판사에서 펴낸 <삼국지> 답사기 《삼국지 기행》 등이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삼국지>에 관한 두 권의 저작이 나와 반가움을 더한다. 한 권은 중국의 고전문학 전문가이자 왕성한 저술가인 장야신의 《조조: CEO를 위한 용인술의 대왕》과 일본의 <삼국지> 애호가 에구치 요코, 요시다 카츠미가 쓴 《삼 국지가 경영전략에 답하다》가 바로 그 책이다.
우선 장야신의 《조조》는 유명한 <삼국지> 풀이가인 중국의 청쥔이(成君憶)이가 쓰고 랜덤하우스코리아가 펴낸 《유비처럼 경영하고 제갈량처럼 마케팅하라》를 닮았다. 두 책 모두 도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한 기존 유가 중심의 <삼국지> 해석을 벗어나 <삼국지>의 인물 가운데 가장 활동성이 큰 조조의 능력을 분석한 해석서다.
사실 역사 속의 <삼국지>가 소설 <삼국지>로 각색되면서 가장 손해를 본 인물이 조조라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우선 <삼국지>의 중심 맥락인 ‘천하삼분지계’를 말하려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큰 조조의 역할을 줄이고 유비와 손권의 영역을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삼국지>의 가장 큰 전쟁인 ‘관도전투’에 비해 ‘적벽대전’의 비중이 커진다. 사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관도전투의 참가 인원과 적벽대전의 참가 인원은 차이가 있다는 게 정설에 가깝지만 사람들은 소설적 묘사에 팔려서 적벽대전을 가장 큰 전투로 기억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장야신 교수는 조조에 시선을 맞춰 《조조》를 저술했다.
왜 조조는 악평을 받게 됐을까
이 책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소설 <삼국지> 안의 조조 관련 부분을 자세히 발췌해 그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부각시킨다.
특히 조조의 가장 큰 장점은 인재를 찾아내고, 그 인재를 활용하고,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버리는 데 있다. 저자는 조조의 이런 용인술을 큰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면에서 조조의 능력은 유비나 손권을 훨씬 능가한다. 또 순간순간 정세를 읽는 판단에서도 조조가 우세했다는 것은 말한 나위가 없다.
그럼 왜 조조는 상대적으로 후대에 악평을 받게 됐을까. 사실 조조는 당대에 황제를 칭하지 않았고, 낭만적인 부분도 많다.
후대에 내려진 조조에 대한 반감의 원인을 장야신은 주자(朱 子)의 교조적인 유교사상이 <삼국지>의 해석틀이 되면서 조조가 폄하되어 갔다고 본다.
어떻든 도덕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자신에게 도움을 준여백사를 살해하는 등의 행동에서 볼 수 있는 잔인함과, 황제에 대해 불경을 범한 것은 어떻든 주자 등 유가의 관점에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일들이다.
사실 유가가 아니라도 대부분의 해설자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큰 조조를 옹호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든 이책은 조조에 대한 다양한 변호서다. 기존의 시각을 비틀어본 다는 점에서 의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삼국지>를 받아들이는 이들을 설득할 정도의 논리는 없는 것 같다.또 다른 <삼국지> 요리서인 《삼국지가 경영전략에 답하다》는 전형적인 일본식 <삼국지> 풀이서다. 전형적인 경영서인 이 책은 <삼국지>의 주요 전장에서 경영의 핵심 이념을 찾아내고, 일본기업들의 전략을 대입해 그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1명으로 100명과 싸울 때 전력을 분산시켜 실전에서는 오히려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란체스터법칙으로 ‘박망파전투’를 분석한다. 경쟁사보다 역량이 뛰어난 부분을 찾아서 공략하는 마이클포터의 ‘가치 사슬’을 조조의 관도전투에서 찾는다.
조조는 일급 비밀이자 원소의 아킬레스건인 식량 보급 부대의 위치를 파악해 깨트림으로써 초기에 중국 동부를 장악하는 실력을 평가한다. 그간 국내 <삼국지> 시장은 중국이나 일본 번역서가 주류를 이루었고 최근 우리나라에서 출간하는 <삼국지> 관련서들은 이제야 시장에 진입하는 상태이다. 그런데 우리 저서들은 태생적으로 몇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같다. 우선 현장 답사를 별로 하지 못해서 극적인 느낌이 별로 없다. 이는 국내 출판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서술 내용에 대한 근거마저 부실해 보인다. 이는 읽는이들의 집중도를 현저하게 떨어뜨 리는 단점이 된다. 또 동호회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토론 과정을 거친 후 자신의 논리를 만들어내는 일본식 문화의 장점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대부분 뛰어난 독불장군처럼 활동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풀어내는 식이 대부분이다.
《삼국지 경영학》을 쓴 최우석 부회장은 현장 답사를 진행하고 돌아와서 평소 글을 쓰는 인터넷 신문에 관련 글을 썼다가 오만가지 댓글에 시달린 적이 있다. 필자야 이런 일을 즐기는 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편협해질 수 있는 시각을 넓히고 오류도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동호회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수정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필자들은 이를 꺼리는 것 같다. 최우석 부회장의 작업실에는 한중일의 <삼국지 > 관련서가 1백여 권 이상 꽂혀 있다. 최 부회장은 일본어에 능숙하고 중국어도 원본을 읽어낼 수준이기에 다양한 특장을 분석해서 자신만의 관점을 풀어냈다. 또 경제전문지인 ‘이코 노미스트’에 연재하면서 평을 들었기에 나중에 더 확실한 단행본으로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조창완
<미디어오늘>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부터 10년 동안 중국에서 체류했으며, 《베이징을 알면 중국어가 보인다》 《죽기 전에 꼭가봐야 할 중국 여행지 50》 등 10여 권의 중국 관련서를 펴냈다. 현재 중국전문여행사 알자여행(www.aljatour.com) 운영하면서, 한신대에서 여행·콘텐츠를 가르치고, 한중경제신문 경제부장,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담당관 등으로 일하고 있다. blog.naver.com/choga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