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이여, 책 쓸 용기를 갖자
우리말 필살기
(공규택 지음 | 추수밭 펴냄)
내 책 쓰는 글쓰기
(명로진 지음 | 바다출판사 펴냄)
지난여름 필자는 고미숙 선생과 동행하는 테마여행을 기획 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모인 국어 교사들이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공부하는 모임을 가졌는데, 해설서인 《열하일 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의 저자이면서 《열하일기》 새 번역서를 출간한 고미숙 선생과 동행하고 싶어 했다. 여기에 고 선생이 흔쾌히 동의해 여행은 시작됐고 여행단은 60명 정도로 크게 늘었다.
사실 여행의 대부분은 술자리로 채워졌다. 첫날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마감 시간을 계속 늦추어 마지막 날에는 새벽 6 시까지 술을 마시고 버스에 오르는 정신력을 보이는 이들까지 있었다. 필자 역시 그 술자리에 거의 동행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는 책을 쓰겠다는 참가자들의 의지 였다. 특히 저마다의 아이템을 이야기하며 책을 구상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테마여행이 끝난 후 한 분이 여행기를 보내주었다. 《열하일기》의 텍스트에 있는 주제 의식과 이번 여행의 느낌을 잘 엮어서 만든 훌륭한 여행기였다. 사실 필자도 그 여행을 정리하는 글을 써야 했지만 그 여행기가 너무 훌륭해서 그 분의 티스토리(Tistory)에 가서 “제 아이도 김선생님 같은 스승을 두면 좋으련만”이라는 댓글을 다는 것으로 여행기 쓰는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자신감 회복의 방법으로 책 쓰기를
교사들은 상당한 식자층이고 자기 지식에 대한 자부심도 강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직업에 대한 만족도와 의지에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교육감 직선제로 다양한 성향의 교육감들이 나오면서 교육 현장이 서서히 변화되고 있긴 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자신감 회복이다. 필자는 그 방법으로 책 쓰기를 권한다.
책 쓰기 전도사인 명로진의 《내 책 쓰는 글쓰기》 같은 데에서도 주창되었던 이야기지만 책을 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출판사의 선택도 받지 못하는 부실한 책을 쓰라는 뜻이 아니다. 나름대로의 준비 과정과 약간의 교육 과정 그리고 기술을 익힌다면 자신만의 독특하고 대중성 있는 책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생각을 얼마 전에 만난 교사 커뮤니티 ‘에듀니티’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권하기도 했다. 이미 책을 출간한 교사들과 책을 쓰려는 교사들이 참여하고, 출판 기획과 마케팅의 전문 가들이 힘을 보탠다면 다양한 책 쓰기의 세계를 펼칠 수 있다. 연재 공간을 만들어서 콘텐츠를 쌓게 하는 한편, 크로스 체킹의 기회를 가지면서 인터렉티브한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교사들이 현장에서 얻어내고 방학 등의 시간을 통해 내놓을 수 있는 출판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또 그런 의지가 있어야만 학생들을 리드할 수 있고 자기만족도 얻어낼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녹록치 않은 한글 상식의 필살기
그런 점에서 요즘 가끔 만나는 교사들의 책은 반갑다. 경기과학고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공규택 선생의 《우리말 필살 기》도 그런 책 중 하나다. ‘텔레비전, 영화, 광고, 인터넷에서 찾아낸 우리말 절대 상식’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일상에서 만나는 우리말의 재미있고 다양한 의미를 찾아내서 풀어쓴 책이다.
외래어의 침입 등으로 우리말은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 그런데 공 선생은 이런 말들에서 논점이 될 만한 재미있는 것들을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책은 여섯 갈래로 만들어졌다. 우선 어원을 찾아서 우리말의 깊은 뜻을 읽어내는 것이다. 갈매기살에 나오는 갈매기의 의미, 참치라는 물고기 이름의 탄생, 어처구니의 진짜 의미 등을 찾는다. 맷돌의 손잡이가 ‘어처구니’로 알려진 것은 잘못이며 어처구니는 지붕의 내림마루에 흙으로 만든 조각물이라고 밝힌다.
다음은 규칙과 원칙을 이해해 우리말을 쉽게 알아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여기서는 윤동주의 서시에 나오는 ‘잎새’ 등잘못된 맞춤법과 시적 허용 등을 편안하게 담고 있다. 또 사이시옷의 용법이나 욕의 표준말 여부 등도 재미있는 읽을거 리다. 세 번째는 한자어를 분석해서 한글을 이해하는 방법이 다. 또 외래어의 쓰임이나 언어 습관 등에서 중요한 것들을 뽑아서 정리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한글에 대한 상식은 녹록한 것이 아니 다. 맞춤법의 상당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고, 일반에서 쓰이는 한글의 잘못된 쓰임이나 의미를 짚어낸다. 또 각 장의 끝에 담은 ‘잘못된 우리말 어원 의식’, ‘틀리기 쉬운 우리말 표기 130가지’, ‘구별해서 써야 할 한자어’ 등도 소중한 자료다.
교육 현장과 생활 현장의 경험을 책으로
이런 글쓰기는 전문적인 한글학자들에게서도 나오기 쉽지 않은 내용이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은 교육 현장과 생활 현장에서 우리말을 점검하는 습관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다. 물론 공 선생의 경우 이미 여러 분야의 책을 냈기에 이런 책도 가능했겠지만, 다른 교사들도 지금 도전한다면 불가능할 리 만무하다. 우선 자신이 장기적으로 관심을 가질 책의 주제를 정해야 한다. 머릿속에서 생각만 굴릴 것이 아니라 한달에 한두 번이라도 꾸준히 실행할 수 있는 내용이면 된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교과서에 있는 곳들을 탐방해가면서 콘텐츠를 쌓는 것도 방법이다.
한 번의 발상으로 한 권의 책을 완성해내기란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연재 등을 통해서 콘텐츠를 쌓아가야만 이런 것들을 모아 책으로 낼 수 있다. 이후 출판 기획서를 작성해보고 이를 다양한 교육 과정을 통해 점검하고 수정해야만 나중에 수고를 덜 수 있다. 드디어 한 권의 책이 상재됐을 때, 그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자 교사로서의 자신감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창완
<미디어오늘>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 중국으로 건너가 10년을 살고 귀국했다. 근작 《베이징을 알면 중국어가 보인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중국 여행지 50》 등 10여 권의 중국 관련 책을 펴냈다. 현재 중국전문여행사 알자여행(www.aljatour.com)을 운영하며 한신대에서 여행, 콘텐츠를 가르치고 있는가 하면 한중경제신문 경제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