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세상 바꾼
가장 ‘영리한 무리’의 네 가지 원리
스마트 스웜
(피터 밀러 지음 | 이한음 옮김 | 김영사 펴냄)
인터넷서점에선 이 책을 경제경영서로 분류한다. 나는 정황상 과학책으로 봤다. 저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선임편 집자를 지냈다. 지은이 피터 밀러는 “이 책에서 리더나 지휘자 없이도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무리를 ‘스마트 스웜’ 이라 이름 붙이고, 이들의 행동 패턴을 통해 21세기 사회의 키워드인 집단 지능의 과학적 토대를 대중적으로 설명해냄으로써 협동의 과학을 창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저자 소개 글) 과학전문번역자가 우리말로 옮겼다. 한국어판 ‘해제’는 과학저술가가 썼다.
영리한 무리는 어떻게 일할까?
스마트 스웜(smart swarm)은 ‘영리한 무리’를 말한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 살면서도 매일 아침 갖가지 업무에 일꾼들을 몇 마리씩 할당해야 할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사막의 개미 군체는 바로 그런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한 영리한 무리다. 개체들 사이에 의견이 상충됨에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체계를 이용하여 새 집을 짓기에 알맞은 나무를 고르는 숲의 꿀벌 군체도 마찬가지로 영리한 무리다. 마치 한 마리의 거대한 은백색 생물처럼 한순간에 전체가 방향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서로 행동을 정확히 조화시킬 줄 아는 카리브 해의 수천 마리의 물고기 떼도 그렇다. 대부분의 개체들이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한 단서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각자 확실히 번식지에 도착하는 순록 떼도 그렇다.”
피터 밀러는 영리한 무리의 기본 원리들을 설명하는데, “자기 조직화(self organization)는 영리한 무리의 첫 번째 원리다.” 자기 조직화 연구를 맨 먼저 시작한 것은 화학자와 물리학자였다. 자기 조직화는 본래 “모래 언덕의 물결무늬나 특정한 화학 반응 물질들이 결합될 때 나타나는 현란한 나선무 늬처럼 자연계에서 자발적으로 패턴이 생기는 현상을 뜻했 다.” 생물학자들은 이 용어를 받아들여 말벌집의 복잡한 구조, 일부 반딧불이 종의 발광 동조 현상, 벌과 새와 물고기 무리가 본능적으로 서로 행동을 조정하는 방식 등을 설명하는데 활용한다.
“우리는 개미 군체가 자기 조직화를 한다고 말한다. 그 누구든 책임자가 아니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 고, 남에게 이러저러한 일을 하라고 말하는 자도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자기 조직화의 궁극적인 근원은 아직 못 풀었지만, 연구자들은 그것이 작동하는 기본 메커니즘을 파악했다. “분산 제어(decentralized control), 분산 문제 해결(distributed problem solving), 다중 상호작용 (multiple interaction)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튼 “개미는 영리하지 않다. 영리한 것은 군체다.”
영리한 무리의 두 번째 주요 원리는 정보 다양성이다. “꿀 벌은 지식의 다양성을 이용하여 탁월한 결정을 내린다. 여기서 다양성은 무리의 대안들을 폭넓게 표본 조사 하는 것을 말한다. 고를 대안이 많을수록 더 좋다.” 다양성은 능력을 낳는 다. 다양성의 효과를 헤아릴 때에는 상식을 따른다. 집단이 좋은 결정을 내리려면, 집단 자체가 꽤 영리해야 한다. 또한그 집단은 다양해야 한다. 집단은 충분히 커야 하고 충분히큰 개인들의 집합에서 골라야 한다. 구성원들이 서로 너무 많이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간접 협동 통한 위키피디아의 성공
간접 협동(indirect collaboration)이 자기 조직화와 정보 다양성에 이어 영리한 무리의 세 번째 원리인 까닭은 우리의 상호작용이 직접적이지 않고 간접적이라서 그렇다. “2001 년 출범하여 현재 500만 개가 넘는 항목을 지닌” 위키피디아의 성공 비결은 간접 협동을 통해 진입 문턱을 낮춘 것이었 다. “새로운 둔덕을 쌓기 시작한 흰개미들처럼, 위키피디아에서 스티그머지 항목을 쓰기 시작한 개인들은 그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할지 정확히 말할 수 없었다. 그 일은 나중에 들어와서 자신이 찾은 항목이 지금 작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극을 받아 수정에 참여하는 사람 들에게 달려 있었다.”
적응 모방(adaptive mimicking)은 영리한 무리의 네번째 원리다. 피터 밀러가 말하는 “적응 모방은 한 집단의 개체들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이 뭘 아는지에 관한 신호를 포착하면서 서로에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을 뜻한다. 그들이 그런 신호에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집단 전체의 행동을 빚어낸다. 우리가 개미, 벌, 흰개미에게서 살펴 보았듯이, 그런 개체들이 따르는 특정한 경험 법칙들은 여전히 과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이탈리아의 통계물리학자 안드레아 카바냐 연구진은 찌르 레기 떼 연구를 통해 찌르레기가 비교적 소수의 이웃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그 이웃의 선택은 거리보다는 수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이웃들이 상대적으로 가까운지 멀리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웃끼리의 거리가 아니라 이웃의 수였고, 그 수는 평균 6~7마리였다.” 찌르 레기의 시야에는 평균적으로 15~16마리의 새가 보인다. 하지만 각 찌르레기는 가장 가까이 있는 6~7마리에만 주의를 기울였다.
진짜 전문가를 찾아라
피터 밀러는 서툰 전문성을 경계한다. “우리는 기업, 공동체, 가정을 확신을 갖고 이끌어가는 데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상황을 만드는 집단 현상들의 세계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해결해야 할 이런 과제들은 이미 우리 눈앞에 있으며,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알게 되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케이블 TV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이 아니라, 풀밭, 나무, 호수, 숲에 사는 전문가들에게 말이다.”(‘프롤로그’에서) 또한 그는 “벌 수백 마리가 함께 믿을 만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사람 집단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놀랄 이유가 없지 않나?” 반문한다. 그러면서 적절한 상황에선 비전 문가 집단이 놀라운 통찰력을 보일 수 있다는 주장에 동조한 다. “우리는 그런 전문가를 찾는 짓을 그만두고 대중(물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천재도 섞여 있는)에게 물어야 한다. 아마도 그렇겠지만, 대중은 안다.”(제임스 서로위키) ‘차례’에서 ‘옮긴이의 글’과 ‘해제’의 쪽수가 잘못되었다. ‘차 례’에 난 오자는 출판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도 안다.
최성일
1967년 인천 부평 출생. 인하대 국문과를 나와 3년간 백수로 지내다 〈출판저널〉 기자로 발탁됨. 일찌거니 프리랜서로 나섬. 지은 책은 《테마가 있는 책읽기》와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전4권)》 말고도 두 권 더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