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혁신적인 놀이터로 만들라
픽사웨이
(빌 캐포더글리·린 잭슨 지음 | 장상필 옮김 | 샘앤파커스 펴냄)
예전 국내에도 개봉한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3>가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에 뽑혔었다. 북미지역 박스오피스 통계에 따르면 <토이 스토리 3>는 8월 둘째 주말까지 전 세계에서 흥행 수입 9억 4천만 달러를 기록했었다. 이는 이전까지의 애니메이션 흥행 최고 기록인 <슈렉 2>(2004)의 9억 1천 9백만 달러를 넘은 대기록이었다.
당시 <토이 스토리 3>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전체 영화 흥행 순위에서도 선두 그룹에 끼어 달렸다. <토이 스토리 3>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9억 3천 8백만 달러)을 제치고 역대 흥행 순위 9위에 올라섰을 만큼 열기가 식지 않고 계속 이어졌었다.
이 놀라운 영화를 만든 장본인은 ‘픽사(PIXAR)’다. 픽사는늘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한 애니메이션 작품 들을 선보이며, 내놓는 작품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지구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이다. 1986년에 스티브 잡스가 루카스필름으로부터 500만 달러에 사들여 2006년에 디즈니에 약 74억 달러에 매각해 20년 동안 1,500배 성장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던 픽사. 과연 픽사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픽사웨이(Innovate the Pixar Way)》는 픽사의 실체를 통해 창의적인 기업이라면 갖추어야 할 필요조건이 무엇인지 밝혀낸 책이다. 경영 컨설턴트이자 혁신 전문가인 저자 빌캐포더글리와 린 잭슨은 오랜 기간에 걸쳐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혁신에 대한 픽사만의 특별한 방식, 픽사웨이는 그들만의 창의력과 조직력에 있음을 알아냈다.
넘치는 창조력이 성공의 첫째 비결
우선 픽사의 성공을 만든 제일 요소인 창의성을 살펴보자.
픽사의 놀라운 창의성을 넘치게 만든 근본적인 힘은 무엇일까? 그 답은 픽사가 만든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에 담겨있다.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아이와 장난감. 픽사는 주인공들의 시선, 즉 어린 아이의 시선, 혹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고 보았다. 같은 세상이라 할지라도 관점이 달라지면 보이는 세상은 180도 달라진다. <토이 스토리>는 아이들과 장난감이 주인공이고, <라따뚜이>는 생쥐가 요리사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픽사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작품은 세상에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픽사는 ‘영화는 시작도 스토리, 끝도 스토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속편이든 3편이든, 전편의 성공에 편승해서 무임승차하지 말고, 독립적이고 완성도 높은 스토리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토이 스토리2> 의 흥행 성공은 픽사를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징크스를 깬 유일한 회사로 만들어준다.
사람들이 픽사의 영화를 보면서 놀라는 이유는 관객들이 전혀 상상할 수 없던 세상을 그려내는 그들의 상상력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영화는 한두 명의 천재들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픽사가 애니메이션 1편을 제작하는 데는 보통 4~5년. 이 오랜 기간 동안 그들의 ‘창조적인 집단’은 이미 만들어진 영화에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덧칠한다. 그들이 믿는 것은 단 하나, ‘품 질이야말로 최고의 사업 계획서’라는 것이다. 이 금언은 모든 비즈니스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
혁신은 협동에서만 나올 수 있다
성공 비결 두 번째 힘은 바로 직원들의 협업(Collacoration) 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인 켄 블랜차드는 “‘우리’보다 똑똑한 개인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픽사의 사내 교육 기관인 픽사대학의 심벌에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 다(Alienus Non Diutius)”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픽사는 기업의 창조성은 소수의 천재들이 계속해서 이끌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기에 픽사리언(Pixarians 직원) 한 사람 한사람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믿고 그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혁신은 어느 한순간 기적처럼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협동하는 과정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직원들끼리 아이디어와 진행 중인 작업물의 상태를 꾸준히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향상시킨다. (그들은 이것을 ‘플러싱plusing=plus+ing’이라 불렀다). 그래서 그들은 실패에 관대하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행동 강령 가득
《픽사웨이》는 화제의 기업 픽사의 실체를 잘 짚어낸 책이다.
성공의 크기와 기업가의 치적에만 집중한 여느 기업 성공 스토리와는 달리 픽사의 성공에 숨어 있는 기업 마인드들이 인상적이다.
픽사만의 독특한 리더십 6가지, 직장에서 활기를 갖고 열정을 불어넣는 7가지 비법, 픽사리언들이 추천하는 당신의 일터나 팀의 혁신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33가지 흥미로운 지침들은 물론, 픽사의 리더십과 인재 개발, 사내 학습, 연구 개발 등 ‘픽사웨이’의 실체들을 밝혀줄 경영 주제들에 대해 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들만 살펴봐도 이 책으 로부터 얻는 소득은 충분해진다.
저자들은 경영 컨설턴드답게 픽사 못지않게 ‘재미있는 일터’ 이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여섯 곳의 기업을 소개했 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구글’과 ‘나이키’, 그리고 최근 8억 700만 달러에 아마존에 인수되면서 화제를 낳은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 외에도 10년 연속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된 ‘그리핀병원’, 사람 중심 경영의 정장 전문 소매업체 ‘멘즈 웨어하우스’, 고급 할인점 ‘타깃’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놀이터 같은 일터’, ‘창의력이 솟구치는 조직’ 의 전형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업종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변화를 추구하고 조직에 창의력을 불어넣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내일부터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행동 강령들이 그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은섭
건국대 부동산학과를 졸업한 뒤 유명 프랜차이즈 관련 기업에서 일하다 현재는 부동산과 주식, 금융 분야에서 전업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지방 행정연수원과 교보문고, 아이파트너즈 등 각종 기업에서 ‘경제경영서 독서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경향신문에 ‘책으로 읽는 경제’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고 있으며 파워블로거(blog.daum.net/tobfreeman)로 활동 중이기도. 저서로는《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