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이라는 절망적 공간에서 살아가는 수감자들에게 도서관은 삶의 의미와 희망을 줍니다. 도서관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영화입니다. 교정시설의 도서관은 수감자들의 교화 및 특별한 프로그램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어떠한 사회적 순기능보다도 인간이 도서관을 통해 얻게 되는 평화와 희망, 그 자체가 더소중한 가치라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아리아 ‘저녁 바람은 부드럽게’가 삭막한 교도소를 평화와 자유로 적셔주던 장면. 비오는 검은 밤하늘에 번쩍이는 번개가 한줄기 희망의 서광이 되어 한 남자의 두 팔 안으로 담겨지는 장면. 많은 사람들이 기억 하는 이 장면들은 1995년 개봉한 영화 <쇼생크 탈출>의 명장면입니다.
집념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희망의 메시지
제 개인적으로는 재수생 시절이 끝나갈 무렵.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불안감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시기에 보았던 영화라서 그런지 16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을 일렁 이게 하는 감동의 잔상이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지성파 배우인 팀 로빈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영화 <쇼생크 탈출>은 절망적 공간인 감옥에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인간의 은근한 집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말합니다.
대도시 은행의 부지점장으로 촉망받던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슨)은 불륜에 빠진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살해한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쇼생크교도소에 수감됩니다. 쇼생크는 간수와 죄수가 입고 있는 옷만 다를 뿐이지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약자들을 지배하고, 인권을 유린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위험한 존재입니다. 그곳에서 앤디는 때로는 처절히 저항 하고, 때로는 타협하면서 자신을 지켜나갑니다.
유약해 보이는 앤디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는 굳건히 지켜나가는 모습에 쇼생크의 폭압에 순응 하고 길들여져 온 다른 죄수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습 니다. 그 중에서도 쇼생크의 터줏대감 레드(모건 프리먼)는 앤디에게 큰 호감을 느끼며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됩니다.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매개체 ‘교도소도서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희망’입니다. 레드는 감옥에서 희망을 가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앤디는 희망이야말로 삶속에서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영화는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애초에 희망을 가지지 않으려는 레드와 희망을 이루기 위해 고통과 실패를 택하는 앤디를 대비시키면서 인간의 삶을 보다 가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희망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줍 니다.
이처럼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 <쇼생크 탈출>이 도서관 사서인 저에게 좀 더 남다른 의미로 여겨지는 것은 주인공 앤디가 다른 죄수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매개체로 활용하는 공간이 바로 ‘도서 관’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유능한 은행가이자 세무 전문가인 앤디는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교도소 소장과 간수들의 탈세및 비자금 조성을 합법화해주는 이른바 돈세탁 관련 세무 처리를 해주게 됩니다. 앤디는 간수들의 재정 자문(?)을 원활하게 처리해주기 위해 사무 공간이 있는 도서관으로 배치를 받습니다.
그 후 앤디는 재정 자문의 대가로 교도소 소장에게 도서관 확장과 도서 구입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소장은 ‘교도소 예산은 벽 쌓고, 철장 치고, 간수 더 늘리는 데 쓰인다’며 앤디의 요구를 거절합니다. 앤디는 이에 굴하지 않고 주 의회에 교도소 도서관 예산을 요청하는 편지를 일주일에 한 번꼴로 장장 6년간 보냅니다.
도서관의 긍정적 영향을 극적으로 보여준 영화
앤디의 끈질긴 요구에 주 의회는 헌 책과 레코드판 그리고 교도소도서관 운영비 200달러를 보내면서 앤디에게 다시는 편지하지 말 것을 당부 합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앤디는 다시 일주일에 두 번꼴로 주 의회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고, 주 의회는 연간 교도소도서관 운영비 500달러를 지원할 것을 약속합니다.
주 의회의 지원으로 앤디는 폐허와 같았던 쇼생크의 도서관을 새롭게 단장하여 죄수들에게 개방합니다. 그곳에서 죄수들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마음의 안식을 찾아갑니다. 또한 앤디는 도서관에서 젊은 수감자 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새 삶에 대한 희망을 심어줍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은 감옥이라는 절망적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수감자들이 도서관에서 삶의 의미와 희망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도서관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교정시설의 도서관은 수감자들의 교화 및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또 긴 세월 사회로부터 격리당한 이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 했을 때 부적응이나 괴리가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지식, 기술, 정보를 제공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어떠한 사회적 순기능보다도 인간이 도서관을 통해 얻게 되는 평화와 희망, 그 자체가더 소중한 가치라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배고픈 이에게 빵 한 조각이 맛나고, 목마른 이에게 물 한 모금이 소중하 듯이 힘들고 고달픈 순간 마주하게 되는 책의 한 구절이 더 큰 감동을 줍니 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큰 감동과 재미 그리고 깨달음을 주었던 책들은 대부분 자유가 일부분 구속당하고, 심신이 힘들었던 군대시절 읽었던 책들입 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도서관은 사회적, 경제적, 교육적, 문화적 약자 혹은 소외계층에게 먼저 제공되어야 하는 공간이라고 봅니다.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예산을 삭감하는 곳 ‘도서관’
그런데 우리나라 도서관 현실은 약자나 소외계층이 쉽게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인프라가 폭 넓게 구축되어 있지 못합니다. 어쩌면 도서관 자체가 이 사회에서 약자이자 소외계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공도서관 수와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선진국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도서관 1개당 인구수는 71,000명으로 독일의 7배, 영국의 5배나 됩니다. 공공도서관 1인당 소장도서도 1.3권으로 미국의 2.8권, 일본의 2.9권에 비하면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학교도서관 또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도서관 수는 10,937개관이지만 사서교사는 682명으로 배치율이 6%에 불과합니다. 국공립학교, 사립학교를 막론하고 영어교사가 부족하면 시급히 채용을 하지만 사서교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학도서관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수 감소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은 가장 먼저 예산을 삭감하는 곳이 도서관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도서관 사서인 제가 대학본부로부터 징발(?)당해 일반적인 행정업무를 맡게 된 것도 도서관이 소외 되는 대표적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누구나 도서관이 사람에게 유익하고 좋은 공간이라는 점은 인정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가치를 신자유주의적 시장 논리로 책정하는 비정한 사회에서 도서관은 늘 약자이자 소외계층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투자 대비 성과를 가시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정부, 대학, 학교 등 도서관을 품고 있는 거의 모든 조직에서 도서관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도서관에 대해서만은 귀머거리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와 함께 도서관을 관리하는 나이든 수감자가 ‘40년 동안 소장이 6번 이나 바뀌었지만 도서관 예산을 달라고 이야기하면 귀머거리가 된다’라고 한 대사처럼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조직의 수장들은 도서관에 대해서만은 귀머거 리인 셈입니다.
덧붙여 지금 우리 사회는 가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더 쉽게 가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이 상품화되어 지배계급의 기득권을 세습하는 도구로 전락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입니다. 더욱 고착화되는 사회지배구조, 우승열패·적자생존·약육강식의 냉엄한 현실은 힘없는 사람들이 희망을 갖기 어렵다는 점에서 쇼생크교도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쇼생크에서는 교도소도서관이 절망에 빠진 수감자들의 해방구이자 희망을 만들어가는 유일한 공간이 되었듯이 현실에서도 도서관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공평한 서비스와 기회를 제공하고 가능성을 활짝 열어둔다는 점에서 그 어떤 사회교육 시설보다도 희망을 만들어가기 좋은 환경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도서관은 지금보다도 훨씬더 많이 생겨나야 하며 생활밀착형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도서관 사서들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 앤디가 도서관 지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주 의회에 끊임없이 보냈던 것처럼 자신이 속해 있는 기관의 관심과 지원을 끊임없이 요청할수 있는 용기와 집념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덧붙여 작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마음가짐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노력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되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도서관의 역할과 의미가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통해 희망을 갖고, 자신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가꿔나갈 수 있게될 것입니다.
사족 하나, 우리나라에도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제46조(도서비치 및 이용)에 의해 전국적으로 교도소도서관이 47개가 있습니다.
교도소 수감자는 48,228명(2009. 12. 23 기준)으로 교도소도서관 1개당 수감자 1,022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더욱이 교도소도서관 1개당 평균 면적이 41㎡(12평)밖에 되지 않으니 1,022명의 수감자가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비좁은 것이 우리의 현실 입니다.
문동섭│대구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뒤 오랜 기간 대구
산업정보대학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면서 대학도서관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대구산업정보대학 기획정보처 기획
1팀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공로상, <오마이뉴
스> 뉴스게릴라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