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숨겨진 의혹 을 말하다 <거짓말쟁이 이야기>
  • 이완의 인문서 읽기

  •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숨겨진 의혹 을 말하다 
     
    거짓말쟁이 이야기 
    (제레미 캠벨 지음 | 오봉희, 박승범 옮김 | 나무와숲 펴냄)

     
    뻐꾸기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자신의 알을 일명 뱁새로 불리는 붉은머리 오목눈이의 집에 몰래 낳는다. 뻐꾸기 알은 붉은머리오목눈이 알보다 2~3 일 먼저 깨어나서 둥지의 다른 알이나 새끼를 다 밀어내고 자기가 새끼인 양가짜 어미의 먹이를 독차지한다. 한편 물가에 알을 낳는 흰머리물떼새는 자기 새끼 둥지가 발견될 위험에 처하면 자기 몸을 적 앞에 드러내 마치 상처를 입고 날지 못하는 양 날개를 퍼덕 이며 적을 유인한다.

    이처럼 동물의 의태란 본질적으로 속임수다. 생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포식자 혹은 다른 누군가를 속이는 수단이다. 지금 지구에 번성하는 어떤 종은 진화 과정에서 속임수가 없었더라면 멸종되었을지도 모른다. 속임수도 거짓이라면 살아남은 종에게 거짓은 필수적인 삶의 방편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진실은 선이고 거짓은 악일까?

    동물들의 ‘거짓’은 본능에서 비롯하지만 생존 수단으로써 ‘거짓말’이 생태계에도 널리 퍼진 것을 확인할 수있다. 인간의 세계에서도 거짓이 생존 수단인 것처럼 보이는 사례가 무수히 존재한다. 이 책의 저자도 인류가 험난한 진화 과정을 진실에만 의존했다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현재의 삶을 획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거짓은 진리를 위협하는가 
     
    고대 그리스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궤변으로 권력을 획득할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바로 궤변론자라고 부르는 ‘소 피스트’들이다. 그들은 진리가 권력을 얻거나 권력을 행사하는 데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고 가르쳤다. 더 나아가 그들은 언어의 유희를 써서 진리를 ‘거짓’으로 교묘하게 전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궤변의 가치는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진리를 구하고 그것을 증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게 해주는 데 그 가치가 있다. 당대를 살았던 플라톤도 거짓말쟁이를 영리하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했는가 하면 에라스뮈스는 진실은 바보에 게나 어울리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통치 기술의 하나로 거짓말을 강조하기도 했다.

    명망 있는 의사가 약처럼 보이는 사탕을 진짜 약인 것처럼 환자에게 먹였을 때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믿고 복용한 환자에게서 실제로 회복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바로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라는 것. 플라세보 효과는 의사에 대한 믿음이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어머니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며느리 에게 “너를 내 딸처럼 생각해”라는 말이라고 한다. 여기서 시어머니의 거짓말은 오히려 삶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가꿔주는 윤활유가 된다.

    하지만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때로는 의사나 시어머니의 거짓말이 삶에 위안이 되고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바로 ‘새하얀 거짓말’이라는 선의의 거짓말이 그것이다. 심리학자들이 발표한 바로는 사람은 자신이 거짓말을 못 한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최근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은 하루 평균 세 번 이상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대부분이 가정과 직장에서 원만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다양성과 포용성 드러내 
     
    다윈의 진화론과 자연의 속임수에서 출발한 이 책은 거짓말이 내포한 철학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풍부한 증거 자료와 다양한 예시를 통해 고대 철학과 중세 신학, 근대 모더니즘, 20세기 말 지적 유행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에서 다룬 진리와 거짓말에 관해 이야기한다. 거짓말의 역사는 ‘자연 발생적인’ 진화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그역사는 문화의 승리로 끝났다고 강조 한다. 그것은 여러 분야의 이론 승리 로, 지금 이것들은 유익한 거짓말을 유지하고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한다.

    저자의 주장처럼 이제 거짓말은 다양한 분야에서 그 가치를 빛내고 있다. 그것은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예술가들이 자연의 미를 변형하여 자신만의 관점으로 새롭게 창조한다든지 작가가 허구의 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여 즐거움을 주는 것이 바로 거짓의 새로운 변형이다. 수많은 독자와 관객에게 상상력을 키워준 ‘해리 포터’ 나 ‘반지의 제왕’처럼 거짓은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 언제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진리가 불확실함을 넘어서 인류에게 안정과 신뢰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리의 경직 성과 고지식함은 자칫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도 거짓이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그 다채로운 빛깔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거짓말에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새빨간 거짓말’과 ‘새까만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은 횟수가 문제가 아니고 거짓말에 익숙해지는 사회가 문제다. 하지만 우리가 ‘새빨간 거짓말’ 이나 ‘새까만 거짓말’에 무감각해지면 우리 마음속의 따뜻함과 생명력도 시들어가게 마련이다.

     
    이완

    독서신문 <책&삶> 편집국장.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호암청년논문상과 외교부 주최 국제법논문상을 수상했다. 환경보호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유엔으로부터 유엔 환경상인 Global 500 Youth를 수상하기도. 펴낸 책으로는 《뒷뚜르 이렁지의 하소연》 《학골 샘물의 작은 희망》 등의 동화가 있다.


  • 글쓴날 : [16-11-29 11:02]
    • 김정민 기자[dcon@myde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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