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자 위해
현실에 존재하는 답
답을 내는 조직
(김성호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지난해 교육청에서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을 조사했다. 수학을 본격적으로 배우지 않은 초등생은 사회 과목을 꼽았지만 중고교생은 예상 대로 수학이 1위였다. 하지만 의외로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도 있었는데 수학 문제에는 ‘정답’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른 과목은 그것이 왜 정답 인지 의아한 점이 많지만 수학은 심지어 외계인도 이해할 정도로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국어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유형인 ‘작가의 의도’란 사실 ‘독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지만 언제나 ‘출제자의 의도’를 맞춰야 한다. 그래서 정답의 객관성이 수학 보다 현저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때로는 파트타임으로, 때로는 풀타임으로 중고 교생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사실 게임을 하지 않는 필자에게 수학은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게임의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고 이전보다 복잡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처럼 수학도 학년이 올라 갈수록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며 여러 가지 정교하게 결합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게임이 주는 판타지적 쾌감을 수학이 줄 수는 없지만 미션을 끝냈을 때 느끼는 환희는 게임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
수학에서 얻게 되는 판타지 쾌감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수학에 서툴 어도 대학에 갈 길이 많아지고 공교육 정상화라는 미명으로 수학을 암기 과목으로 만들어버리면서 학생들의 학습 태도와 사고력이 심각할 정도로 나빠지고 있다. 더욱이 여기서도 8대 2 법칙이 적용되어 고3이 되면 대략 80퍼센트의 학생이 수학을 거의 포기 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필자는 수학이 주는 중독성 있는 쾌감을 학생 들도 느낄 수 있게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디지털카메 라가 시장을 장악했고 후지나 코닥등 필름 제조업체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코닥은 결국 2012년에 파산 신청을 했지만 후지필름은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냈다. 후지필름은 주변의 예상을 완전히 깨고 화장품 사업으로 진출했다. 필름의 산화 과정이 피부의 노화와 유사하고 이 분야 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후지필름은 몇년의 시행착오 끝에 40~50대를 위한 노화 방지용 기능성 화장품 아스타리 프트를 출시했고 시장의 반응은 폭발 적이었다. 10년 전보다 필름 사업의 매출 비중이 대단히 줄어들었지만 전체 매출은 그때보다 1조 엔 이상 늘었다. 필름 만드는 회사가 무슨 화장품을 만드느냐며 저항했던 세력에게 굴복했다면 후지필름 역시 코닥과 비슷한 길을 걸었을지 모른다.
“일이란 원래 안 되는 것의 방법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안된다는 것은 나도 알고 다른 사람도 안다. 그런데 되는 방법을 찾을 생각 없이 계속 안 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이들이 있다.”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태블릿까지 만드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말이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의식 혁신에 대한 역설이다.
극지 정복이 초미의 이슈로 떠오른 20세기 초반, 미국의 로버트 피어 리가 북극점을 정복한 이후 사람들의 관심은 남극 정복을 누가 먼저 할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당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영국의 스콧 대령이었 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뒤늦게 남극 탐험에 뛰어든 노르웨이의 아문센 이었다. 먼저 도전했던 스콧 대령이 이끈 팀은 천신만고 끝에 아문센보다한 달 늦게 남극에 도착했지만 베이 스캠프로 돌아오지 못한 채 전원 죽음을 맞았다. 그들은 최고 품질의 모직 방한복을 입고 당시 동력 장치가 달린 첨단 썰매를 몰았지만 극지에서 땀에 젖은 모직 옷은 얼어붙었고 동력 장치도 연료가 얼어서 구실을 못하고 도리어 짐만 되었다. 반면에 아문센은 철저하게 실행 중심으로 생각 했다. 남극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상륙하여 원주민에게 극한에서의 생존법을 배웠다. 허스키 개를 구해 썰매를 끌게 했고 이누이트족이 입는 털가죽 옷을 입었다. 먹을 것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날것을 먹는 방법도 터득했다. 또 돌아올 때를 대비해 일정한 간격으로 깃발을 꽂아놓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아문센은 오직 답을 내는 데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시장과 현장에서 찾은 실마리
언제나 정답은 시장과 현장 가까이에 있다. 자신의 경험과 감으로 정답을 낼 수 있다고 믿는 순간이 곧 위기의 순간이다. 현실에서 정답을 내는 사람은 대부분 한계에 도전하거나 끝장을 보는 사람이다. 무사안일과 적당함이 판치는 조직 문화에서는 오히려 이런 사람이 도태된다. 조직을 혁신하지 않고는 기술도 의식도 혁신이 없다.
아래는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었던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의 일부다.
“세상에는 일생을 걸고 하는 일이 있다. 당신의 손길이 곳곳에 스며들 고, 절대 타협할 수 없고, 어떤 주말 이라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일이 다. 애플에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그저 무난하게 근무하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끝장을 보기 위해 온다. 우리는 자기 일이 어떤 의미를 갖추길 원하고 있다. 어떤 거대한 것, 애플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그런 것 말이다.”
이규영
경제실용서 출판평론가. 서울대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후 LG경제연구원에 입사해 마케팅 전략 컨설팅을 수행했다. 오랜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밝혀낸 뇌를 혁신하는 방법을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Brain Innovation Group을 설립해 운영 중이 다. 저서로는 《네 탓이 아니라 뇌 탓이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