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의 이스라엘 작가 에트가르 케레트
“사랑과 자유는 젊은이들이 갈망하는 세계 공통어”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어떤 내용의 책인가요?
텔아비브라는 분쟁지역에 살고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 입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 좀 해주시지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스라엘의 작가이자 영화감독 에트가르 케레트 (Etgar Keret)입니다. 다른 매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글로 풀어 내고자 합니다.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는 걸로 아는데, 어떤 이유가 있으신지요?
현실의 제약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주인공이 날아다니는등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황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요.
에트가르 케레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호평 받는 작품이 특히 많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요?
고맙습니다. 배경은 이스라엘이라는 특정 사회지만 다른 많은 나라의 젊은이들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라서가 아닐까 생각합 니다. 또 서술 방식이 다소 특이해서 신선하게 느껴지기 때문 아닌가 생각합니다.(웃음)
카프카에 자주 비견되는 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카프카라 기쁩니다. 우리는 보통 사회적 관습에 따라 기계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카프카의 작품을 읽으면 뺨을한 대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지요. 그러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상을 돌아보게 되죠. 카프카의 작품은 제게 큰 선물이었습니다.
카프카의 작품을 읽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뜻인가요?
카프카의 작품은 군대에 있을 때 읽었어요. 이스라엘도 한국처럼 군복무가 의무적이거든요. 상관과의 갈등으로 막사에 구금되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그때 카프카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지점이 많아 어려웠던 군 시절을 이겨내는 큰 힘과 위안이 되었죠.
조금 다른 질문입니다만, 이스라엘 소설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나요? 다른 이스라엘 소설과 에트가르 케레트의 소설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스라엘 소설은 일반적으로 장편이 많습니다. 이야기가 10년, 20 년, 혹은 100년에 걸쳐서 진행되기도 하죠. 하지만 제 소설은 순간을 포착합니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도 있고요. 그리고 다른 이스라엘 소설이 주로 국가나 사회, 집단의 문제를 다뤘다 면, 저는 아웃사이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습니다. 그런 차이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이신데,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예전에 제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제작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걸 보니 질투 같은 게 나더군요. 글쓰기는 혼자만의 외로운 작업이니까요. 그 후로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공동으로 감독도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제가 강한 애착을 갖고 있지만 외로운 작업일 수밖에 없는 데 비해 영화 제작은 다른 이들과 꿈과 생각을 나누고 협업할 수 있어 좋은 선물인 듯합니다.
에트가르 케레트 씨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바로 거짓말인데요. 픽션과 거짓말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실이 아닌 것을 지어낸다는 점에서 둘의 메커니즘은 동일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진실이 담겨 있기도 해요. 예를 들어 한 아이가 꽃병을 깨놓고 자기가 그런 게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다면, 실은 꽃병을 깨려던 게 아니었다는 의도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소설은 현실 세계의 진실이 아니라 우리 감정의 진실을 드러냅니다. 제 생각에 재능 있는 작가라면 거짓말에도 뛰어난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지킨다거나 그들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라는 긍정적 이유라면 저도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변화’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제 책을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독서가 주는 선물 중 하나는 일상에서 벗어나 약간은 다른 각도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니까요. 제 책도 여러분께 그런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